다방에 들어서면 낯익은 마담과 레지가 경쟁하듯 환하게 맞아줬고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옆자리에 살포시 앉으면서 속보이는 아양을 떨었다. 손님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정 오빠보다 더 정겹게 팔짱을 끼며 애교까지 부리는 그 분위기를 우쭐하며 즐겼으니 “커피 한잔 가져와!” 하는 손님의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“저도 한잔하면 안 될까요?”가 곧바로 이어졌고 그 상황에서 'No'는 존재하지 않았다. 70년대 후반 들어 야쿠르트로 바뀌기도 했지만.
요즘이야 맹숭커피 한잔에도 돼지국밥 한 그릇 값을 지불하지만 그 당시 커피 한잔은 실없는 농담에 가벼운 신체접촉 권한까지 주었으니 참으로 옹골진 값어치였던 셈이다. 분위기가 넘어왔다 싶으면 마담이나 레지의 “우리 쌍화차 한잔 더하면 안 될까요?”라는 비싼 차 주문이 발사되고 여기에도 'No'는 거의 없었다. 그 시절 그렇게 분위기가 익어가는 것이 뭇 사내들의 멋이었고 낭만이기도 했지만 마담이나 레지에게는 매출을 올려 주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인사고과였으니 그런 손님과 레지의 의기투합은 나중에 티켓다방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 인기 레지는 거의 연예인 대접을 받았다.
어느 다방에 멋진 레지가 새로 왔다는 소문이 들리면 그 다방에는 한동안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는데 레지가 인기를 누렸던 현상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특이한 풍경이기도 했다